㉦ 공재하기
기계와 공예
가상과 현실
무생물과 생물
과거와 미래
순간과 영원
자연과 인간
🦉 : 서로 다른 기호들이 뭉친 상태.
공재 共在. 그러니까 불가능성.
하지만 예술은 보란듯이,
불가능성 속에 숨겨진
가능성을 꺼내 놓습니다.
무한한 방식으로 말이죠.
「백자대호 白磁大壺」 라고 불리던
달 항아리는 윗몸 통과 아랫몸 통을
따로 만들어 붙입니다.
이 과정 속에서 자연과 인간은 호흡하고
이 둘 역시 서서히 붙게 됩니다.
마치 그것을 증언하듯한 치열한 침묵은
불균형한 형태로 드러납니다.
그래서일까요
찌그러진 달 항아리가
가장 달 항아리 답기도 합니다.
*
적절한 장력으로 엮인 실이 모여
이루는 견고한 형태.
그 자체로 하나의 구조물이 되는
버튼홀은 30mm 남짓한 부분이지만
의복 전체에 공예적인 분위기를 붙입니다.
기계적인 것에 인간적인 것을 붙이는 것이죠.
앞서 나온 달 항아리의 그것과 같은 맥락입니다.
의복은 스케치를 끝낸 후
제도를 시작으로 재단, 그리고 봉제까지
3대를 시작으로 많게는 5대 이상의
기계가 사용됩니다.
이 과정 속에서 기계와 인간이 호흡하며
이 둘 역시 서서히 붙게 됩니다.
기계로 만들어진 것에 공예를 덧붙일 때,
이분된 것은 공재된 상태가 됩니다.
기계가 만든 반듯한 선 위에
손으로 만든 뭉근한 선은
서로를 돋보이게 합니다.
” ··· 서로 다른 것이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낳으며, 모든 것은 다툼을 통해 생겨난다 ”
헤라클레이토스 단편 中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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