㉦ 공재하기

달항아리, 개인소장품

기계와 공예

가상과 현실

무생물과 생물

과거와 미래

순간과 영원

자연과 인간

🦉 : 서로 다른 기호들이 뭉친 상태.

공재 共在. 그러니까 불가능성.

하지만 예술은 보란듯이,

불가능성 속에 숨겨진

가능성을 꺼내 놓습니다.

무한한 방식으로 말이죠.

조선 17세기 말 -18세기 초 백자대호 白磁大壺, 개인소장, sotheby’s 캡쳐본

「백자대호 白磁大壺」 라고 불리던

달 항아리는 윗몸 통과 아랫몸 통을

따로 만들어 붙입니다.

이 과정 속에서 자연과 인간은 호흡하고

이 둘 역시 서서히 붙게 됩니다.

마치 그것을 증언하듯한 치열한 침묵은

불균형한 형태로 드러납니다.

그래서일까요

찌그러진 달 항아리가

가장 달 항아리 답기도 합니다.

*

graFtmen© | 25mm H/S Buttonhole

적절한 장력으로 엮인 실이 모여

이루는 견고한 형태.

그 자체로 하나의 구조물이 되는

버튼홀은 30mm 남짓한 부분이지만

의복 전체에 공예적인 분위기를 붙입니다.

기계적인 것에 인간적인 것을 붙이는 것이죠.

앞서 나온 달 항아리의 그것과 같은 맥락입니다.

의복은 스케치를 끝낸 후

제도를 시작으로 재단, 그리고 봉제까지

3대를 시작으로 많게는 5대 이상의

기계가 사용됩니다.

이 과정 속에서 기계와 인간이 호흡하며

이 둘 역시 서서히 붙게 됩니다.

graFtmen© | 25mm H/S Buttonhole

기계로 만들어진 것에 공예를 덧붙일 때,

이분된 것은 공재된 상태가 됩니다.

기계가 만든 반듯한 선 위에

손으로 만든 뭉근한 선은

서로를 돋보이게 합니다.

” ··· 서로 다른 것이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낳으며, 모든 것은 다툼을 통해 생겨난다 ”

헤라클레이토스 단편 中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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